2019/꽃 이야기

바람꽃 이야기 2 - 너도바람꽃과 나도바람꽃

나우시카77 2018. 11. 5. 17:02

꽃이름 중에는 '나도'라는 접두사가 붙은 아이들이 많다.

나도개감체, 나도송이풀, 나도제비란 등등

그 가운데 간혹 '너도'라는 접두사를 단 아이들도 보인다.

너도부추, 너도개미자리, 너도양지꽃 등등

꽃이름이야 여러가지 사연으로 정해지는 것이지만 아무래도 나도나 너도 따위의 접두사가 붙은 아이들은 본래 그 이름의 아이들보다는 덜 아름답다라는 인상이 강하다.

그러나 그것은 인상일 뿐 실재로는 더 예쁜 아이들도 많기에 함부로 판단할 일은 아니다.


너도바람꽃은 변산바람꽃 만큼이나 이른 봄에 얼굴을 내미는 꽃이다.

아직은 추운 날씨 탓인지 두툼한 목도리를 두르고있는 듯한 모습이 인상적이다. 꽃을 받치는 포잎이다.

두개씩 붙어있는 노오란 꿀샘이 유난히 예쁘다.

자, 여기서 또 궁금증이 생긴다.

꽃잎처럼 보이는 5장의 화려한 레이스가 꽃받침잎이라면 너도바람꽃의 꽃잎은 어디에 있는 것 일까?

몰라도 꽃의 아름다무을 즐기는 데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으니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고 그냥 지나가도 무방하다.

하지만 나는 궁금했다. 그래서 유심히 들여다본다.















맞다. 노오란 꿀샘이 바로 꽃잎의 끝부분인 것이다.

수술처럼 작은 꽃잎의 끝부분이 두 갈래로 갈라지며 노란 꿀샘으로 변한 것이다.

작으면 어떠랴? 어쨋든 그 조그마한 꽃 한송이에서도 서로 역할을 나누어 해야 할 일을 하고 있기에, 꽃은 제가 가야할 길을 갈 수 있는 것이다.

아, 반대인가?

꽃이 제 갈 길을 가기 위해서 이러한 묘책을 만들어 낸 것인가?

어찌 된 사연이건 이 노란 꿀샘의 존재가 내게는 너도바람꽃의 매력포인트로 보인다.



너도바람꽃이 봄에 일찍 피는 꽃이라면 나도바람꽃은 한두달 정도 늦게서야 피어난다.

그 때쯤이면 벌써 많은 봄꽃들이 피어나 있기에 꽃에 대한 갈증도 많이 해소되어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일찍 피어나 찬바람을 맞고 서있는 너도바람꽃을 바라볼 때의 그 애잔함은 존재하지 않는 것 같다.

따뜻한 봄의 햇살이 사방에 가득한 아름다운 계절에 이 화려하고 예쁜 꽃이 피어난다.

'그래, 너도 바람꽃이니? 나도 바람꽃이야?'하는 듯한 미녀의 오만함이 살짝 느껴지기도 한다.













참 화사하다.

이제 바람도 그리 차지 않아서인지 목도리를 두를 필요가 없을 것이다.

키도 늘씬하게 크고 꽃자루도 길어서 시원시원하게 보인다. 꽃도 여러 송이가 모여 피어나는데다가 색마저 흰디 흰색이어서 해사하다.

영낙없는 팔등신 미인의 형상이다.

무르익어가는 봄의 어느 날 내게 자연이 건내주는 꽃다발, 이 꽃을 보는 마음은 그저 즐거움이고 행복감이다.

살아있음의 환희가 느껴진다.

이 아이는 이제 보잘 것 없는 꽃잎 마저 완전히 치워버렸다.

'나 이렇게 예쁜데 너희들이 오지않고 버틸 수 있겠니?' 그래서 이제는 거추장스럽기만 한 옛 사랑의 기억은 지워버렸다.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다시 새로운 사랑을 할 준비를 끝낸  꽃.

용기있고 당당하게 앞으로 나아가는 꽃.

참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