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꽃 이야기

바람꽃 이야기 3 - 뜨거운 사랑과 그 결실 (회리와 들 그리고 태백바람꽃)

나우시카77 2018. 11. 6. 10:02

만약 모든 생명체의 삶의 목적이 오직 '생존'과 '번식'이라면 도대체 꽃들의 모습은 어찌 그리도 다양하게 진화하게 된 것일까?

생존과 번식을 위한 최적의 모습이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모든 생명체의 모습은 똑같아야 할 것 아닌가?

참 궁금했었다. 이제는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스스로 찾았다고 생각하지만 정답인지 아닌지에 관계없이 오늘도 꽃들의 모습을 보면서 여전히 놀라는 경우가 많다.

자연 속에서는 항상 내 기대를 뛰어넘는 다양함이 나타난다.

 

회리바람꽃의 모습도 나를 놀라게 했다.

이게 뭐야? 꽃잎은 다 떨어진거야?









위의 질문은 두 가지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다.

하나는 뒤로 완전히 젖혀진 꽃잎(사실은 꽃받침잎)을 보지 못해서 생긴 오해.

눈을 크게 뜨고 들여다보면 꽃잎같은 꽃받침잎이 보인다.

두번째 오해는 이 아이도 바람꽃 집안의 아이이므로 꽃잎은 아주 작게 퇴화하거나 아니면 완전히 사라진 것이라는 것을 알지 못한 데서 오는 오해.

이렇게 본다면 질문 자체가 잘못된 것이다.

즉 원래 꽃잎은 없는 꽃인거늘, 여기서 꽃잎을 찾으시면 아니 되옵니다

정리해 본다면 꽃의 한 가운데 녹색의 암술과 그것들을 둘러싼 수술들이 두드러져 보이기는 하나, 꽃잎을 대신하는 꽃받침잎이 여전히 달려있긴 하다는 것이다.

꽃잎은? 사라졌다. 생식에 꼭 필요한 부분만을 남기고 다 사라지거나 뒤로 재쳐두었다. 단순히 꽃잎을 없애버린 나도바람꽃꽃보다 한 걸음 더 앞으로 나아갔다.

대담한 꽃이다. 직설적이고 솔직하다.

꽃 이름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이야기들이 있지만, 나는 회리바람꽃이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 바로 회오리바람을 연상했었다.

그래서 그냥 회리는 회오리의 略字이고. 회리바람꽃은 회오리바람을 맞았을 때 꽃잎이 뒤로 확 재껴지는 모양에서 온 이름이라고 믿고 있다.


회리바람꽃을 보고나면 태백바람꽃은 얼마나 꽃답고 예쁜지를 알게 된다. (미안하다, 회리바람꽃!)

뒤로 젖혀지기는 했지만 그래도 그 형태가 비교적 많이 남아있다. 그 작은 차이가 어쩌면 이렇게도 다른 느낌을 주는 것인지.

아닌가? 아님 말고...









회리바람꽃과 많이 닮기는 했지만 뒤로 젖혀진 꽃받침잎이 크기 때문에 누구도 꽃잎이 없다 얘기하지는 않는다.

회리바람꽃처럼 수술과 암술을 앞으로 내밀고는 있지만, 그래도 화려한 치마와도 같은 꽃받침잎을 완전히 벗어던지지는 않았기에 너무 노골적이라는 느낌은 받지 않게 된다. 그저 생김새가 독특하다는 느낌이 들고, 그 특이점 떄문이 아니라 여전한 아름다움으로 우리에게 다가선다.

태백바람꽃은 아직은 조금 수줍다. 그래서 바라보는 이들은 회리바람꽃을 볼 때 처럼 그야말로 '깜짝' 놀라서 반 걸음 쯤 뒤로 물러날 필요가 없다.


어떤 학자들은 태백바람꽃이 회리바람꽃과 들바람꽃 사이에서 태어난 교잡종이라고 추정하기도 했다.

무슨 기준인지 나로서는 알 수 없었지만, 그런 이야기를 들었을 때 고개가 끄덕여졌었다.

무엇보다도 생김새로 볼 때 설득력이 있었다.













들바람꽃은 참 어여쁜 꽃이다.

성차별적 사고인지는 모르겠으나 직설적인 모습의 회리바람꽃이 남자라면 이 꽃은 여자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원래 생물들의 種을 구분하는 가장 중요한 열쇠는 다른 개체들간의 자연적인 생식이 가능한가 여부라고 한다.

동물들이야 생식기의 구조 자체가 다르니 다른 종 사이의 교배는 근본적으로 불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식물계에서는 자주 다른 종들 사이의 교잡이 이루어진다고 한다.

꽃의 생김새롤 보면 태백바람꽃은 회리와 들바람꽃을 반반씩 닮은 것 같다. 그리고 실제로 태백바람꽃이 살고 있는 곳에는 회리와 들바람꽃이 함께 살고 있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 전혀 못믿을 얘기는 아닌 듯하다.


상상해 본다.

허락받지 못한 사랑, 그러나 그 열정이 만들어 낸 새로운 꽃...

낭만적인 상상이다.

상상을 계속해 본다.

회리바람꽃이 들바람꽃을 보았을 때 첫 눈에 반했을 것이다.

저처럼 예쁜 꽃,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었을까?

들마람꽃도 겉보기와는 달리 사랑 앞에서는 물불을 가리지 않는 정열의 여인이었나보다.

그 사랑의 결실은 오늘날 귀한 꽃 태백바람꽃으로 남아 우리의 꽃빝을 욱 풍요롭게 만들어 주고 있다.

어디까지나 나의 상상임을 다시 한번 강조함다.




 - 후기


하나.

실제로 태백바람꽃은 회리바람꽃과 들바람꽃의 교잡종은 아니라고 결론이 난 것 같다.

또 국가고유종으로 분류되면서도 어쩐 일인지  2017년 국가생물종목록에도 그 이름이 올라가 있지는 않다.


둘. 서울 근교 경기도의 산에 피는 들바람꽃은 특이하게도 분홍빛 터치가 살짝 들어가서 더욱 아름답게 보인다.

뒤태가 특별히 아름다운 들바람꽃, 마음을 심하게 흔든다.